써드플레이스, 두 마당 집, 더 스테어, 카라반, 올림픽 이펙트전 매해 2월이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습니다. 대학 새내기가 되었을 때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에서 서울까지 홀로 상경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꿈에 그리던 대학 생활이 어떨까 궁금해 하숙방에 짐을 풀어놓자마자 한달음에 캠퍼스로 달려가 앞으로 다닐 단과대학 건물을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아직 봄 학기가 시작하지 않은 데다 겨울 기운이 잔뜩 남은 텅 빈 교정에 스산한 바람이 불고 있었죠. 회색 콘크리트로 지은 대학 건물은 또 어찌 그리 썰렁하던지... 동네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서울살이에 들뜬 마음도 잠시, 학교 근처 동네는 참 소박하고 조용했습니다. 고향 동네보다 더 시골스러워 솔직히 약간 실망도 했지요. 터벅터벅 하숙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을 만났습니다. 저 너머 단과대학이 보이는 교정의 노천극장에서 아지랑이가 올라오더군요. 낮 동안 태양의 열기를 잔뜩 받은 건지, 노을빛이 만든 착시였는지 아직도 모릅니다. 차갑게만 느껴지던 콘크리트 덩이들 사이로 꿈틀거리는 움직임은 묘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마치 따뜻하고 찬란한 봄을 예고하듯. 대학 생활 내내 그 장면을 선사한 단과대학과 노천극장에서 공부하고, 친구들과 술 마시고, 축제도 벌이며 참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2월에 맞이한 회색빛 아지랑이는 새로운 시작의 상징이자, 봄을 기다리는 설렘으로 제 기억에 각인되어 있답니다. 마침 오늘이 입춘入春입니다. 움츠려만 있지 말고 주위를 둘러보세요. 코로나19로 온통 얼어붙은 일상 어딘가에서 봄기운이 피어오르고 있는지 모르니까요. 천천히 찾아오는 봄의 소리를 귀 기울여 기다려봅니다. 저희 <브리크 brique> 식구가 대폭 늘어났습니다. 여러분에게 알리고 싶은 봄소식이 한가득이지만 서두르지 않고 하나씩 풀어 보이겠습니다. 저희, 여러분, 우리 모두의 새로운 봄을 기대해봅니다. 정지연 발행인 드림 Interview 평생 살 집은 물론, 몇 년 지낼 집마저 구하기 어려운 요즘입니다. 집 찾는 TV 프로그램이 연일 화제가 될 정도죠. 힘들게 찾았는데 환경이 열악한 경우도 많습니다. 이웃과의 소통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삶의 여건도 갖추지 못한 집들이 태반입니다. 집 부족 현상은 사회에 막 진출한 청년들의 삶을 위태롭게 하고 있습니다. 그 대안으로 많은 공유 주거 브랜드와 공동 주거 상품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써드플레이스’는 저렴한 비용으로 10년 거주를 보장하며 다른 곳과 차별화를 꾀합니다. 제각기 다르게 설계하는 써드플레이스이지만 입주자들끼리 접점을 만들기 위해 공용 공간에 신경 쓰고 있죠. 단순히 개인이 사는 공간을 넘어 이웃을 만들고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공간을 기획한달까요. 써드플레이스의 기획부터 설계, 운영까지 이 시대 공동주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박창현 소장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써드플레이스 홍은2'도 같이 확인해보시죠. Space 충남 아산의 한 단독주택 밀집 지역에 부부와 어린 딸을 위한 집을 짓기로 했습니다. 건축가는 설계에 앞서 가족의 시간을 구체적인 공간으로 풀어내기 위해 의뢰인 가족의 생활 루틴과 감정을 담은 이야기를 한 편의 글로 부탁했답니다. “아침볕이 잘 드는 곳, 하늘이 잘 보이는 곳에 아이 방을 만들어 밖이 잘 보이는 창을 내주고 싶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창밖을 내다보며 이것저것 관찰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주택에 살게 되면 하늘 예쁜 날 야외의 그늘진 사적 공간에서 책과 간식을 즐기는 일이 로망입니다.” 건축가와 건축주가 소통하며 한 편의 ‘삶 이야기’가 꾸려졌고, 이는 대지 조건과 가족의 삶에 꼭 맞는 공간으로 번역되었습니다. "건축이 삶을 공간적으로 번역하는 일이라면 건축가는 번역가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아이가 마음껏 그네를 타는 모습을 집안 어디서든 바라볼 수 있고 식물을 가꾸며 야외에서 식사를 즐기는 마당을 두 곳 마련했고, 이를 중심으로 내부에 아트리움을 두어 개방성을 높였습니다. 엄마의 작업실, 아이의 놀이터가 되는 가족실과 평상은 아파트에서 불가능했던 가족의 다양한 삶을 닮은 공간입니다. Projects 더 스테어 |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 제주 월정리 해변 올레길을 걷다 보면 삼각형이 엇갈려 마주한 형태의 건축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은 해변과 가깝지만 지면이 평평해 바다 풍경을 보기 어려웠답니다. 건축가는 나지막한 집들이 모인 마을과 어우러지면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집을 구상했고 그렇게 ‘더 스테어’가 탄생했습니다. 가운데 삼각형은 집주인의 공간으로, 양쪽 삼각형은 여행자를 위한 스테이 공간으로 설계했는데요. 계단 형태로 만든 건축주의 집 지붕에 눈길을 떼기 어렵습니다. 계단을 밟고 높이 오르면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풍광이 방문자를 기다립니다. 조이스 | 건축사사무소 나우랩 단독 주택 ‘조이스’는 높이 2.7m의 카라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야외 활동을 즐기는 건축주가 카라반을 구입하면서, 기존에 보유하던 승용차 2대에 카라반까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졌거든요. 승용차와 카라반의 주차 영역을 나누고 차고의 층고를 다르게 만들자, 차고의 위층은 자연스럽게 스킵 플로어 공간이 되었습니다. 집의 동쪽은 야산, 남쪽은 이웃집에 가로막혀 있지만 그 분위기만큼은 밝고 환하답니다. 시야를 열 수 있는 쪽으로 과감하게 시야를 터 주고 계단 공간에는 보이드를 크게 배치한 덕분입니다. 주변 환경과 연결돼 가족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아늑한 집, 조이스를 소개합니다. News 1988년 서울 올림픽을 모르는 한국인은 없을 텐데요. 엄청난 행사였던 만큼 올림픽이 한국 도시와 건축, 환경에 끼친 영향력은 굉장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막을 올린 전시 ‘올림픽 이펙트: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은 올림픽이 우리 사회에 남긴 것들을 비춥니다. 당시 사용한 각종 도면, 스케치, 사진부터 올림픽에 관한 다양한 기억들을 새롭게 풀어낸 작업까지 함께 만나는 기회입니다. 4월 11일까지 계속되는 전시에 가려면 미리 온라인 방문 예약을 해야 한다는 점, 잊지 마세요. 😊 Event 뉴스레터 내용이 제대로 보이지 않으신다면? 웹에서 보기 수요일에 뉴스레터를 받고 싶지 않으시다면? 수신거부 Unsubscribe info@brique.co 04779 서울시 성동구 뚝섬로1나길 5, G701호 (성수동1가,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02-565-01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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