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집, 더 스팟 패뷸러스, 화담별서, 와인소셜, 해심당 이번 주 뉴스레터 소식은? → 남겨진 것과의 넉넉한 공존 ‘전봇대집’ → 이국적 근대 건물에 덧입힌 현대적 감성 ‘더 스팟 패뷸러스’ → 농부의 일상을 배려한 집 ‘화담별서’ → 와인을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 ‘와인소셜’ → 임대주택의 긍정적 효과를 보여주는 ‘해심당’ → 옷도 건축도 더 지속가능하게 ‘솟솟 리버스 제주점’ 오픈 → 재료의 물성을 기반으로 한 실험적 가구 디자인 ‘나이스워크숍 개인전’ Article 남겨진 것과의 넉넉한 공존 길 위에 세워진 커다랗고 길쭉한 회색 기둥. 근래 들어 전봇대를 자주 본 적이 있나요? 예전에 비하면 많지 않을 텐데요, 도시 미관을 해치고 안전사고를 일으킬 수 있어 없어지는 추세이기 때문이죠. 이 전봇대를 적극적으로 끌어안은 집이 있습니다. 서계동 골목가에 위치한 ‘전봇대집’인데요. 오래된 이층집을 사무실로 고쳐 쓰려는 건축가의 눈에 집 앞에 놓인 커다란 전봇대가 들어온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수많은 전선을 힘겹게 받친 채 기우뚱하게 서 있는 모습은 큰 골칫거리나 다름없었죠. 이에 건축가는 전봇대라는 방해 요소를 되레 역으로 이용, 건물을 규정하는 독특한 정체성으로 삼았습니다. 더불어 낡은 동네 풍경에 위화감을 주지 않고 잔잔히 활기를 더하는 집을 짓기로 했죠. 어수선하고 산만한 주변 풍경을 고려해 외관을 최대한 단순하게 디자인하고, 기존 건물의 속살(조적벽)을 드러내 옛 시간을 보여주는 식으로 리노베이션을 진행했습니다. 덕분에 ‘어쩔 수 없이 남겨진’ 과거의 산물과의 자연스러운 공존이 가능해졌습니다. 낡은 골목을 끌어안는 넉넉함이 돋보이는 ‘전봇대집’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Place 이국적 근대 건물에 덧입히는 요즘 한국 이야기 오래된 공간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이에 편승하려는 건물 업사이클링이 한창입니다. 주택이나 공장을 리노베이션한 상업공간들은 이미 익숙해졌고, 전시장이나 도서관 등 공공 건물들도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이같은 재생 건물들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오랜 시간의 축적이 가져다 준 흥미진진한 이야기뿐 아니라 옛 공간을 재해석하고 현재에 적용한 여러 관점들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우리나라 건물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좌우 대칭의 석조 외관에 목구조 천장 등 대만이 유럽 건축기법을 수용하며 근대 국가로의 위상을 표현하려던 노력이 잘 남아 있는 것이 이 공간의 묘미입니다. 리노베이션을 맡았던 디자이너도 남다른 창의력으로 이국적이면서도 편안한 분위기의 공간으로 바꿔냈습니다. 근대 건축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더 스팟 패뷸러스’를 함께 둘러보실까요? Projects 화담별서ㅣ일상 건축사사무소 연로한 할머니를 모시며 전원생활을 하는 부모님을 위해 두 아들이 건축가에게 집을 의뢰했습니다. 전라북도 김제시에 위치한 농가 주택 ‘화담별서’인데요, 거주자의 일과 삶 그리고 가족 구성원을 배려한 공간 구성이 돋보이는 집입니다.
집 가까이 논밭을 두고 농사를 짓는 거주자를 위해, 건축가는 공간적으로나마 일과 생활을 분리해주고 싶었습니다. 이에 동쪽으로 부모 집에 놀러 온 두 아들과 손님이 머물 수 있는 게스트룸을 배치했죠. 덕분에 거실 및 침실과 수확한 농산물을 갈무리하는 작업 공간이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게 되었습니다. 화담별서는 공간 곳곳 한옥의 구조를 차용해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마당을 둘러싸고 있는 디귿(ㄷ) 형태, 집 안팎에 조성한 툇마루가 그 예죠. 온화한 색감의 벽돌과 목재를 조화롭게 사용해 한적한 시골 마을과도 잘 어우러집니다. 농부의 일상을 배려한 집, ‘화담별서’를 만나보세요. 와인소셜ㅣLAB404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와인을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문을 열었습니다. ‘와인소셜’은 소믈리에가 직접 큐레이팅한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즐길 수 있는 이색적인 문화 공간인데요. 번화하고 복잡한 지역인 강남에 안온한 분위기의 공간을 조성하고자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디자인 장치를 활용한 것이 특징입니다.
입구에 배치된 작은 빛을 머금은 비밀의 문은 방문객으로 하여금 호기심을 유발합니다. 이어 옅은 빛이 퍼지는 오솔길은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이 쏟아지는 장면을 모티브로 한 전이 공간인데요. 이곳을 거쳐 도달하게 되는 바 형태의 공간은 익숙한 듯 다른 경험을 선사합니다. 와인이 저장된 동굴을 닮은 바는 와인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모던하고 밝은 느낌으로 구성했습니다. 각각 화이트, 블랙 테마로 이루어진 두 개의 프라이빗 룸은 낮과 밤을 형상화한 결과입니다. 동굴을 닮은 바에서는 두세 명이, 프라이빗 룸에서는 네다섯 명이 와인을 즐기며 그 경험을 편하게 나눌 수 있도록 계획했습니다. 와인을 매개체로 사회적 교류가 이루어지는 소셜 공간 ‘와인소셜’을 소개합니다. 해심당ㅣ지음플러스 ‘편한 마음을 가지고 지낼 수 있는 집’을 의미하는 해심당(海心堂)은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며 도심 내 공공성 기여와 사회적 가치 실현을 통해 임대주택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지역에 부여하고자 하는 LH의 공공 리모델링 임대주택 시범모델입니다.
고령자를 비롯해 거동이 불편한 이들도 거주할 수 있도록 층을 구분해 세대 특성에 맞도록 세심하게 디자인하였고, 동네의 경관과 어울리도록 재료와 생활환경 인지 디자인을 곳곳에 반영해 동네의 분위기를 바꾸어 냈습니다. 또 생명체에 대한 사랑을 뜻하는 바이오필리아에 기반을 둔, 자연과 어울리고 함께하는 바이오필릭 디자인을 건축계획에 반영해 다양한 생태계가 공존하는 도심의 정원 역할을 하기를 의도했습니다.
이렇듯 지역과 거주민에 특화된 공간계획과 건축 디자인을 통해 동네의 자랑거리, 볼거리, 기후 위기에 함께 대응할 수 있는 공공의 멋진 장소, 건물이 되는 것이 건축가의 바람이라네요. 거주민인 어르신들의 자존감과 자립심을 향상하고, 긍정적이고 건강하게 지역사회와 상생하고자 하는 ‘해심당’을 함께 살펴보시죠. News 🔄 ‘솟솟 리버스 제주점’ 오픈 제주 탑동로 13 코오롱스포츠가 제주에 ‘지속가능성’을 모티브로 한 ‘솟솟 리버스 제주점’을 오픈했습니다. ‘낭비는 줄이고, 더 오래 입는다(Waste Less, Wear Longer)’는 슬로건에 따라, 공간 곳곳을 채운 친환경적 노력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인데요. 지속가능성이라는 테마에 걸맞게 마감재 사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오래된 건물을 개조하고 인근 바닷가에서 주워온 해양 폐기물을 상품 진열대와 오브제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이곳에서는 유행이 지난 재고를 새롭게 디자인한 상품이 주로 판매된다고 하네요. 브랜드 경험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실현하는 전략이 궁금하다면 ‘솟솟 리버스’를 살펴보세요. 🔩나이스워크숍 개인전 2022년 1월 7일(금) ~ 2022년 1월 30(일) HAHOUSE(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4길 8) 재료의 물성을 기반으로 실험적 작업을 이어가는 가구 디자이너 나이스워크숍niceworkshop의 첫 개인전이 한남동 소재 복합문화공간 하우스HAHOUSE에서 진행 중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나이스워크숍의 대표 라인인 ‘볼트 시리즈’와 ‘어포던스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는데요. 건설 현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건축 자재인 전산 볼트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가구와, 물리적 장치가 결합되어 사용자의 신체적 행위를 유도하는 낯선 가구들이 전시장을 채우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가구란 편의만을 위한 도구가 아닌, 실용성을 기반으로 한 매개체에 가깝습니다. 일상적으로 사용해 온 도구이자 사물인 가구의 새로운 면모가 궁금하신 분들은 전시장을 방문해 보세요.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UN/LEARNING AUSTRALIA 2021년 12월 14일(화) ~ 2022년 3월 6일(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미술을 매개로 다양한 지역과의 대화와 연결을 시도해 온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한국-호주 수교 60주년을 맞이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한 축을 이루는 호주 동시대 미술을 주목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호주 시드니 소재 비영리 미술기관인 아트스페이스와 공동으로 기획해 호주의 현대미술작가 35명/팀의 작품 60여 점을 소개하는 전시인데요.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UN/LEARNING AUSTRALIA’라는 제목으로 기관 의제인 ‘배움’을 주요 기획 태도로 삼아 호주를 하나의 고정된 주제 혹은 선택된 이미지가 아닌 다층적 복합체로 알아가는 경로 재탐색의 여지로 제시합니다. 이번 전시를 위해 각 나라의 해당 기관들은 약 2년여에 걸쳐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토대로 사회와 문화, 정치, 역사,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밀도 있는 상호 배움의 시간을 보내며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해요. 전시 이외에도 강연과 교육 프로그램도 이어진다고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Notice <브리크brique> 2022 정기구독 <브리크brique>는 도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창의적인 주거 공간과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공간에 녹여낸 이야기를 전하는 온·오프라인 미디어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공간, ‘집’이 탄생하기까지 과정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봅니다. 집의 탄생을 주도한 기획자, 집을 설계한 건축가, 그 집에 사는 거주자를 만나 공간과 삶에 관해 나눈 이야기를 대화 형식으로 풀어냅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해법으로 도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다양한 공간과 공간에 가치를 더하는 여러 오브제도 함께 다룹니다. 2022년 <브리크brique>는 계절별로 총 4권의 종이잡지를 발행합니다. 시기는 3월(vol.9), 6월(vol.10), 9월(vol.11), 12월(vol.12) 중순으로 예정돼 있습니다. 정기구독료는 종이책 4권(권당 22,000원 x 10% 할인 x 4권)과 4회 배송료(3,000원 x 4회)를 합해 총 91,200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이와 함께 브리크 에디터들이 엄선한 아름다운 공간을 담은 엽서세트를 사은품으로 증정합니다. 2021년 정기구독자들은 지난해 미발행한 1권 가격과 배송료 20,500원을 뺀 70,700원으로 구독 연장이 가능합니다. 많은 관심과 신청 부탁드립니다. Editor's Letter📮 지난 주말 경북 군위에 위치한 사유원에 다녀왔습니다. 웅장한 자연과 아름다운 건축물이 함께하는 사색을 위한 공간인데요. 출발하기 전까지 수없이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녹음이 가득한 곳인 만큼, 새싹이 돋아나는 푸릇푸릇한 봄에 가는 것이 더 예쁘지 않을까 하고요. 막상 도착하고 보니 높은 갈대, 꽁꽁 얼어버린 연못, 나뭇가지만 남아버린 수많은 나무 등이 오히려 겨울의 쓸쓸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정적인 감각을 느끼게 하면서 오직 지금에만 경험할 수 있는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공간은 백여 그루의 모과나무가 있는 ‘풍설기천년’이었습니다. 마치 ‘무릉도원’이라고 할까요. 만약 신이 있다면 이런 곳에 있을 것 같았습니다. 모과나무가 주는 신비로운 분위기와 팔공산 사이사이 은근하게 깔린 안개들이 합쳐져 정말 ‘저세상’ 풍경을 보여주었습니다. 새해를 맞아 다짐보다는 불안함이 더 크셨던 분들이 계신다면 사유원을 추천해 드려요. 위대한 자연의 풍경과 이를 배경 삼은 건축물을 거닐면 저절로 깊은 사유에 빠지게 되고, 그러다 보면 스스로 다짐한 ‘무언가’가 생기기 마련이거든요. 참고로 제가 다짐한 ‘무언가’는 ‘어떻게든 되겠지’였습니다. 아무것도 이룬 것은 없으나 그래도 괜찮다고, 괜찮겠다고,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면서요. 온라인 에디터 만두🥟 드림 ㈜브리크컴퍼니 l info@brique.co l 02-565-0153 04779 서울시 성동구 뚝섬로1나길 5, G701호 (성수동1가,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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