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카페는 단순히 커피 마시는 곳 이상입니다. 우리가 카페로 향하는 이유 중 하나는 좋은 공간 경험에 대한 기대 때문 아닐까요? 주말이면 도심에서 차로 1~2시간 떨어진 카페로 향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여가 문화가 됐고, 지역마다 위치한 이색적인 카페는 여행지의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식음 공간에서 단연 중요한 요소는 맛이지만 머무는 시간의 질을 결정짓는 건 공간의 분위기일 겁니다. 그 분위기의 뿌리가 되는 건 다름 아닌 ‘이야기’일 테고요.
디노바는 공간 설계부터 시공, 브랜딩을 아우르는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이들의 프로젝트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존재합니다. 바로 스토리텔링에 기반한다는 것인데요. 고유한 공간은 땅과 개인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며, 이야기에 근거한 디자인을 통해 소비자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공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겨야 한다고 봐요. 대체 불가능한 이야기야말로 브랜드 헤리티지로 남을 만한 요소이지 않을까요.”
— 차경민 디노바 대표
디노바의 공간에서는 추측하고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요. 건물 색부터 내부 조형물, 블렌딩 원두의 이름까지.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요소가 하나의 이야기책을 이루죠. 이렇듯 서사와 서정에 따른 공간은 곧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오랜 생존력을 가집니다. 차경민 디노바 대표를 만나 스토리텔링을 통해 공간에 브랜드적 가치를 부여하는 전략을 살펴보았습니다.
집을 짓는다는 건 어쩌면 하나의 작은 우주를 상상하는 일과 같지 않을까요? '둥근 중정'은 용인 두창 저수지 인근에 위치한 집입니다. 건축주는 산과 호수가 있는 땅에 집을 짓고 흩어져 살던 가족과 모여 살기를 바랐습니다. 가족뿐 아니라 친구들, 지나가는 사람들도 편하게 머물 수 있는 아늑한 요새를 꿈꿨죠.
이러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건축가는 '미완의 둥근 중정'이라는 개념을 떠올렸습니다. 원형의 중정을 동그랗게 감싸는 집을 짓되 일부를 살짝 열어둔 것인데요. 건물은 중정을 기준으로 가족의 집과 카페로 나뉩니다. 벽을 세워 절반은 가족의 안온한 마당으로, 나머지는 카페 중정으로 사용하게 했죠. 카페는 굽어진 시골길을 향해 열려 있어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그 안으로 들어서면 원형 테라스, 중정, 옥상이 한꺼번에 펼쳐지며 한층 몰입도 높은 경험을 선사하죠. 미완성으로 완성한 '나만의 작은 우주' 둥근 중정을 만나보세요!
흔한 다세대·다가구주택의 놀라운 변화를 소개합니다. ‘에이빌딩’은 청담동 골목에 위치한 낡은 건물이었는데요. 빛바랜 벽돌 외벽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실외기, 정리되지 않은 전선과 배수관이 칙칙한 분위기를 풍겼죠. 작가인 남편과 출판사를 운영하는 아내는 이곳을 작업실 겸 임대 건물로 쓰기로 합니다.
쓰임이 달라진다면 그에 걸맞은 과감한 변신이 따라야겠죠. 임대용 건물에서 중요한 건 어떤 임대인이 올지 모른다는 것. 따라서 다양한 상황에 적응 가능한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이에 건축가는 한 층의 네 단위 세대를 두 개의 임대 공간으로 통합했습니다. 필요에 따라 둘 또는 하나로 쓸 수 있죠. 여기에 사방이 꽉 막혀 어둡고 칙칙한 내부를 정리하는 작업이 따랐습니다. 비울 곳은 비우고, 곳곳에 창을 내 충분한 빛을 들였죠. 이 과정에서 계단실은 한층 밝고 넓어져 오르내리며 창밖 풍경을 감상하는 곳이자 잠시 쉬어가는 곳으로 쓰임이 한층 다양해졌고요. 장르 변화에 따른 공간 재구성 방식이 돋보이는 에이빌딩을 만나보세요!
1976년 이태원에 문을 연 ‘올댓재즈’는 한국 재즈의 성지라 불릴 만큼 역사가 깊은 곳입니다. 그러나 코로나의 여파를 이기지 못해 2021년 8월 폐업하게 됐는데요.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작년, 올댓재즈는 기존 공간의 헤리티지를 품고 새롭게 재탄생했습니다.
강렬한 인상의 빨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붉은 조명과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복도를 마주합니다. 어렴풋한 재즈 선율이 점점 선명해지면 주 공간이 나타나는데요. 간결하고 단순하게 배치된 좌석이 관객의 시선을 무대로 집중시키고 통합된 DJ 부스와 바bar가 관계자도 개방된 공간에서 무대와 홀을 한눈에 관망할 수 있도록 합니다. 공간을 감싸는 붉은색 커튼은 올댓재즈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상징적 매개체이자 낮은 조도와 어우러져 공간의 밀도를 높입니다. 홀 천장의 뮤지션 사진과 조명, 와인잔 행거는 이전 올댓재즈의 요소를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오랜 단골의 향수를 달래주죠. 숨 고르기 끝에 재탄생한 한국 재즈의 성지 올댓재즈를 만나보시죠!
아트씬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문제적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전시가 리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벽에 바나나를 붙여 1억 원에 판 작가로 잘 알려져 있죠(그 바나나를 배가 고프다며 떼서 먹어버린 다른 예술가 덕에 더 큰 유명세를 타기도 했지만요). 워낙 주목 받는 작가인데다가 무료 전시이다보니 사전 예약도 쉽지 않다고 하는데요.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카텔란의 몇몇 대표작을 상세히 살펴봤어요. 보는 순간 당황을 금치 못할 테지만 그 속엔 마냥 웃어넘기긴 어려운 철학적 메시지가 담겨 있답니다. 개중엔 물론 바나나도 있고요!
대한민국에 즐비하게 늘어선 아파트 단지, 매일 수만 명이 이용하는 지하철 역사, 높이 28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해상풍력 발전기, 사우디아라비아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수백조 원짜리 프로젝트 네옴시티까지. 도시를 지탱하는 건축물과 인프라를 짓는 사람은 누구일까, 궁금한 적 있으시죠? 숨겨진 직업의 세계, 그중에서도 건설 엔지니어의 삶이 담긴 책이 출간됐습니다. 저자는 건설사 및 에너지 회사에 몸담으며 세계 곳곳에 인프라를 지어온 건설 엔지니어 양동신. "넥타이 매고 하이바 쓰고 공구리치는 게 어때서?"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저자의 이야기를 기사로 먼저 만나보세요!
며칠 전 운전을 하다가 길을 안내해 주는 내비게이션을 유심히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 가는 곳이 아니어서 낯설진 않았지만 내비게이션은 목적지로 향하는 여러 경로가 있다며 동시에 선택 가능한 다양한 정보들을 제공해 주었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매 순간 선택을 강요 당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요. 정보의 양이 많아지고 종류가 다양해졌기 때문에 잘 가려서 보고 선택하는 안목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브리크팀은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양질의 것을 독자들께 제공하기 위해 오늘도 함께 고민하며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고 있습니다. 새롭게 단장 중인 2023년 <브리크brique>는 남다른 취향과 안목으로 저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사람과 공간을 좀 더 폭 넓게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브리크를 통해 제공되는 정보가 더 많은 분들에게 가치 있고 의미 있고 즐거운 취향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만들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