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뭔가 잘못돼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모두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제대로 사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렇게 삐뚠 길을 힘겹게 걷고 있나 싶죠. 집도, 일도, 모든 관계도 그냥 내던지고 싶어지는 순간입니다. 2020년 서울에서 살며 일하는, 삼십 대 1인 가구이자 봉급생활자인 저 역시 자주 그 느낌에 사로잡힙니다. ‘새벽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부을 때면’. 마치 오규원 님의 시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 같아요.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한 미니멀리스트를 취재한 다큐를 본 적이 있습니다. 최소한의 물건만으로 간소하게 꾸린 그의 일상은 덜어낸 물건과 꼭 같은 양의, 어쩌면 그 이상의 근심 걱정마저 덜어내 무척이나 홀가분해 보였습니다. 이고 지고 살던 책이며 옷이며 온갖 잡동사니를 다 갖다 버리고 싶더군요. 한적한 시골 숲, 덜 지어진 듯한 아홉 칸 콘크리트 집을 만났을 땐, 새소리가 들리는 아침이 있고 계절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서울 근교 전원에서의 삶을 꿈꿔보기도 했지요. 셰어하우스에 살며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한 청년의 작은방에선, 접어뒀던 지난 꿈을 꺼내어보며 다시 반짝거리는 미래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한 달 새 이만큼이나 올랐다는 서울 아파트값 뉴스를 보면 부동산 재테크가 아무래도 최고인가 싶은 갈대 같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요. 얼마 전 취재로 만난 ‘풍년빌라’ 가족들 역시 제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들은 ‘내 집 마련’이라는 원대한 구호 없이도, 스스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삶의 무드를 지켜내기 위한 새로운 집을 만들었습니다. 그곳은 제게 중요한 단서 하나를 주었습니다. 세상엔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한 집과 삶의 방식이 존재하고, 거기엔 어떤 정답도 해답도 없다는 것을요. 그저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끊임없이 어떤 ‘대안’을 지어나가는 것이 우리의 삶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주말엔 제 작은 오피스텔의 테이블 위치를 바꿔볼 생각입니다. 언젠가 문득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겠지만, 아무렴 어떤가요. 에디터 김윤선 드림 ‘옆집 밥숟가락 개수도 안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우리나라 사람 특유의 정情이 느껴지는 표현이죠.
하지만 요즘 들어 이 말은 옛말이 되었습니다. 우린 이미,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몰라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거든요. 그런데 여기, 시류를 거슬러 '지인 공동체' 세 가족이 스스로 이웃이 된 집이 있습니다.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이 통하는 '취향 공동체'이기도 한 그들은 집을 위한 '협동조합'을 만들고, 새로운 주택 설립 방식을 개발해 집에 투자할 집주인도 직접 모집했습니다. 이들은 소유도 임대도 아닌, 10년의 '장기 점유'로 살며, 집으로 종잣돈을 만들 수 있는 실험도 진행 중입니다. '풍년빌라'의 시작과 과정을 낱낱이 살펴 봤습니다. 올해 첫 책 <브리크brique> vol.2 (2020년 겨울호)가 출간됐습니다. <브리크brique>는 도시인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창의적인 주거 공간을 기록하고, 공간을 통해 사람들의 다양한 사는 이야기를 담는 온·오프라인 미디어입니다. 온라인 미디어는 매주 새로운 공간과 라이프스타일 기사가 업데이트되고 있으며, 종이 잡지는 주제별 기획기사를 바탕으로 1년에 4번 발행됩니다.이번 호는 ‘얼터너티브 라이프스타일 Alternative Lifestyle’이라는 주제로 변화하고 있는 삶의 방식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집들을 담았습니다. 또 향기를 통해 공간의 오감을 일깨우는 사례 ‘Scent in Space’도 둘러 봤습니다. 전체 구성을 간략히 소개합니다. 뉴스레터 내용이 제대로 보이지 않으신다면? 웹에서 보기 매월 1, 3주 수요일에 뉴스레터를 받고 싶지 않으시다면? 수신거부 Unsubscribe info@brique.co 04779 서울시 성동구 뚝섬로1나길 5, G701호 (성수동1가,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02-565-01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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