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랜드라는 세계 ‘서비스센터’ → 조화와 개성을 동시에 지닌 집 ‘공존’ → 무뚝뚝하지만 반전을 품은 ‘양산 파노라마 하우스’ → 건축이 마을을 존중하는 방식 ‘남산동 공동주민시설’ → 대체 불가한 아름다움을 마주하다 ‘나탈리 카르푸셴코 사진전’ → 건축은 가벼워져야 한다 ‘요즈음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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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라는 세계
나날이 정교해지는 F&B 신에서 브랜드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습니다. 더는 맛만 있어서도 안 되고 훌륭한 인테리어만이 능사는 아니죠. 소위 잘하는 브랜드는 무엇 하나 허투루인 법이 없습니다. 공간에 놓이는 기물부터 매장에 흐르는 음악, 심지어는 SNS 피드까지 섬세하게 관리하죠. 소비자와 브랜드의 접점을 면밀히 살펴 겹겹이 레이어를 더해가는 일이 곧 브랜딩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비스센터’는 브랜딩을 기반으로 공간을 쌓아가는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부산 버거숍, 카페 베르크로스터스, 경주 스펑크커피 등 전국구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공간을 브랜딩했는가 하면, 동네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카페와 레스토랑도 다수 디자인했죠.
이들은 하나의 브랜드를 관통하는 일련의 언어 구축을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합니다. 브랜딩부터 그래픽 디자인, 공간 디자인, 비즈니스 컨설팅까지 다채로운 영역을 넘나들며 브랜드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자처하죠. 서비스센터의 목표는 단순히 공간을 잘 만드는 데 있지 않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브랜드의 자생을 이끄는 데 목적을 두고 있죠.
“브랜드에서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콘셉트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을 커뮤니티화하는 일이 필요해요. 브랜드와 고객 사이 유대감을 어떻게 형성하고 관계를 확장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지속해야 하죠. 한 번에 많이 파는 게 아니라 한 명에게서 얼마나 오래 팔 건지에 대한 관점을 가져야 해요. 결국은 이게 F&B 업의 본질이라고도 생각하고요.” — 고혁준 서비스센터 디자인 디렉터
브랜딩을 중심으로 공간과 서비스 전반을 기획하는 서비스센터와 나눈 대화. 자세한 내용은 기사를 통해 확인해 보세요!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부산 광안리에서 한 블록만 들어가면 현지인들의 동네가 나옵니다. 현대식 아파트와 오래된 다세대 빌라가 뒤섞인 이곳에 들어선 '공존'은 그 이름에 걸맞게 현대와 과거의 균형을 모색하는 집입니다. 주변 건물 대부분이 회색조인 것을 감안해 외관의 채도를 낮춰 조화를 꾀했죠.
외관은 동네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만 실내는 공간마다 개성이 뚜렷합니다. 와인을 좋아하고 작가가 직업인 건축주를 고려해 작업실과 거실, 주방과 안방을 연계하는 동선을 냈는데요. 2층 작업실은 건축주의 애정이 특히 담긴 곳입니다. 한쪽 벽에는 피규어를 가득 채운 선반이, 다른 한편엔 반려 파충류가 사는 유리 온실이 있죠. 3층 주방은 바bar로 활용할 수 있어 지인 방문 시 모임 공간으로 쓰기 좋습니다. 최상층인 4층은 가장 정적인 공간. 벽을 높게 올린 테라스 덕분에 외부 시선이나 소음에 방해 받지 않고 여유를 취할 수 있습니다. 동네와 조화를 이루며 개인의 취향을 놓치지 않은 집, 공존을 만나보세요!
경상남도 양산의 한 경사진 임야 중간, 거대한 암석처럼 자리한 집이 있습니다. ‘파노라마 하우스’는 무뚝뚝한 겉모습과 달리 그 안에 생각지 못한 반전이 숨겨져 있는데요.
지하 현관을 지나 1층에 올라 몸을 돌리면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 풍경을 감상하고자 정남향 창을 냈으나 강한 일사가 우려됐죠. 이를 위해 전창과 테라스 상부에 길이 7.5m의 콘크리트 루버를 세워 빛은 적절히 차단하고 이색적인 공간감을 연출했습니다. 집 안팎은 모두 노출콘크리트로 마감하되 공간별 성격에 맞게 콘크리트의 질감을 달리했죠. 2층 안방 욕실에 위치한 삼각형 중정 또한 눈길을 끄는 요소입니다.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여 온전히 하늘만 보이는 이곳에서는 더욱더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무뚝뚝한 겉모습과는 달리 다색적인 풍경을 품고 있는 집 '파노라마 하우스'를 함께 둘러보시죠.
근래 들어 공공 건축물의 변화가 눈에 띄게 감지되고 있습니다. 사용자와 지역을 대하는 태도가 예전과는 달라졌죠. 광주시 광산구의 ‘남산동 주민공동시설’도 그러한 변화의 일환으로 읽히는 건축물입니다.
기존 대지에는 노인정과 오랜 세월을 짐작게 하는 풍화된 집, 높은 가로수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마을의 모습을 지키고 싶었던 건축가는 ‘최소한의’ 그리고 ‘열린’ 건축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마을의 자연을 마당으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담장 위에 콘크리트 캐노피를 얹어 안팎을 구분하고, 단순 경계 표시가 아닌 건물을 감싸는 듯한 담장을 구현했죠. 오래된 마을의 정취를 해치지 않도록 내외부 모두 무채색으로 마감한 것 또한 특징입니다. 성인 키보다 높은 콘크리트 치핑 담장과 문양 거푸집 담장은 자칫 밋밋할 수 있는 공간에 풍부함을 더하죠. 오래된 마을을 존중하는 태도가 인상적인 ‘남산동 주민공동시설’을 만나보세요!
세계 각지의 섬과 바다를 다니며 자연과 인간이 마주하는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가, 나탈리 카르푸셴코의 국내 첫 전시가 그라운드시소 성수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보호 장비 하나 없이 고래 곁에서 나란히 헤엄치는 사람부터 거대한 나무의 일부가 된 듯 오묘한 자세를 취하는 여자들, 맨몸에 비닐을 두른 채 바닷속을 잠영하는 사람까지. 환경 보호에 대한 당위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 속에서 공존의 신비를 나직하게 속삭이는 나탈리의 사진은 색다른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작가의 메시지는 명쾌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볼 때 아름다운 세상을 보존하고 복원할 수 있다"라고요.
여느 분야가 그렇듯, 건축 또한 시간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맞이해 왔습니다. 피라미드가 지어지던 아주 오랜 옛날 건축은 권력과 신앙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꼭 그렇지만은 않죠. 오늘날의 건축은 '좀 더 가벼워져야 한다'고 외치는 이가 있습니다. 바로 건축가 국형걸인데요. 그는 건축가의 업이 단지 크고 높은 마천루를 지어 올리는 데만 있지 않다고 합니다. 전시장에 작은 설치물을 만드는 것부터 재료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까지 모두 건축의 일환이라고 말하죠. 얼마 전 출간된 그의 저서 '요즈음 건축'을 살펴보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건축이 우리 일상에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요? 책을 통해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해가 떴다 지는 일상의 반복인 듯한데, 왜 다들 호들갑이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인지..."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사실 예전엔 저도 그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의미를 새삼 깨달아요.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음을 계기로 지난 시간과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소원했던 이들과 감사했던 이들에게 안부도 전하고. 사실 그것만으로도 복된 것 아닌가 싶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말의 의미가 복된 관계를 많이 만들어 누리라는 뜻이라고도 하더라고요. 계묘년, 토끼처럼 깡총깡총 움직이고 큰 귀로 잘 들어 복된 관계를 많이 만드는 한 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